한마디 말보다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
[일상] 너의 둥지를 틀어 본문
안녕하세요. 금손이 되고 싶은 한손(@onehand)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하루종일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태풍이 한반도를 비껴가더니만, 뒤늦게 빗물을 뿌려주어 말라붙은 땅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있습니다. 여느때와 다르게 뜨거웠던 햇빛과 가뭄에 힘들어하던 동식물들에게 축복이 되기를 바랍니다.
2주 만에 다시 동생을 만났습니다. 그때와는 정반대로 저기압 상태의 동생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미 저녁식사 시간이었음에도 아직 한 끼도 먹지 않았다는 말에 곧장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잠시 비가 그친 상태였지만,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빗물 때문에 우산은 필수였습니다. 아무래도 동생은 4학년 2학기의 개강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2년 전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까움과 반가움이 교차했습니다.
"조기 졸업을 할 껄 그랬나?"
"뭔가 할 일이 확실히 있었다면, 그렇게 했었겠지."
"요즘 외로움을 자주 느끼는 것 같은데, 나만 그런걸까?"
"4학년 때는 다들 그렇지 뭐. 같이 입학한 동기들 중에서 같이 졸업을 하는 동기는 정말 몇명 없어. 그리고 서로를 만나는 것 자체가 괜히 부담스러울 때잖아.
"그렇겠지? 나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 다들 그런 것이겠지.... 이따가 집에 가보려고."
"집에?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 그냥. 학교에 계속 있다가는 미쳐버릴 것 같아서. 집에 가서 빵이나 잔뜩 먹고 쉬다가 오려고."
"그래. 그렇게 해. 개강 하기 전에 푹 쉬고 와!"
저의 4학년 2학기를 잠시 떠올려봤습니다. 평생을 머물 것 같았던 학생 신분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어감을 느끼면서 보이지 않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혼자서 미리 떠안고 끙끙앓던 저의 과거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어미새가 물어다 주던 먹이만을 먹고 자라던 새끼새가 처음으로 스스로의 날개짓으로 둥지를 벗어났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저 생존과 번식만을 생각할 뿐입니다. 반면에 인간의 아이는 그렇게 오랜 기간을 씻겨주고, 입혀주고, 먹여주어도 자신이 머물던 둥지를 떠나 새로운 둥지를 만들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합니다. 당연히 노력은 해야겠지만, 노력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으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겠죠. 순리에 맞게 흘러가는 일상에 몸을 맡기고, 기회가 왔을 때 붙잡을 준비를 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괜히 감성이 풍만해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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