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말보다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
[단편소설] 아재리그 (1) [단편소설] 아재리그 (2) 찌직. 뽁! 꿀렁꿀렁. 꿀꺽.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캔맥주 호구든의 뚜껑을 따고 조금 마셨다. PC방에 몰래 가져와서 그런지 더 맛있다. 나머지는 경기가 끝난 이후에 마시려고 한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관우가 ‘술이 식기 전에 적장의 목을 베어 오리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나는 호구든의 탄산가스가 다 빠져버리기 전에 돌아올 것이다. 칼부림저그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마! 5판 3선승제의 아재리그. 일정 이상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경기를 시작하면 생각보다 빠르게 승패가 결정된다. 한 번의 실수가 곧장 승패를 좌우하다 보니 100%에 가까운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경기는 빠르게 진행되어 어느새 2승 2패. 이제 마지막 경기만 남았다. “정말 긴장의 끈을..
[단편소설] 아재리그 (1) 자신을 ‘젤나가’ 종족이라고 소개한 그것은 빛이 사그라지더니 젊은 여성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리고 프로토스는 자신들이 진화시킨 종족이라며, 약점을 알고 있으니 원한다면 결승전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스타크래프트의 스토리 설정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그게 진짜로 있는 이야기였던 걸까? “하하…. 이거 너무 믿기 힘든 상황이라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런데 어떻게 이길 수 있게 해준다는 거야?” “당신은 나와 계약을 맺으면 됩니다. 계약이 성사됨과 동시에 ‘젤나가의 손’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당신을 승리의 순간으로 이끌 것입니다.” “계약이라고? 그러면 조건이 있을 텐데?” “조건은 매우 간단합니다. 경기가 끝난 뒤에 테란 종족의 스파..
나는 아재다. 대학생이 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금세 아재가 되어버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군복무를 하면서 처음으로 '아저씨'라는 호칭으로 불렸다. 진짜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당시에 답답한 내무반(생활관) 생활 속에서 유일한 즐거움은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를 보는 것이었다. 분대원과 외박을 나가면 스타크래프트 팀전을 하는 것이 당연했다. 전역 이후에도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인기는 여전해서 한때는 프로게이머를 해보려는 생각도 해봤었다. 대학교에 복학하고 나서도 틈만 나면 PC방에 들려서 스타크래프트를 했었던 것 같다. 친구들과 동맹을 맺고 게임을 하다 보면 밤을 새우기 일쑤였고, 다음 날 오전 강의시간은 자연스럽게 취침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학업보다 스타크래프트를 우선시하..